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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교수
[과학자가 본 노벨상] '감각의 비밀'을 밝히다
IBS
Date: Oct 20, 2021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는 온도와 압력에 반응하는 우리 몸의 센서를 발견하는데 공로가 큰 두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UC캘리포니아)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필자는 이번 노벨상 발표를 지켜보며 적지 않게 놀랐다. 우선, 개인적 예상으로는 2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mRNA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노벨상이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와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분야가 바로 필자의 연구 주제와 관련 있는 분야여서 더욱 놀랐다.

지금까지 이 분야가 대중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벨위원회의 설명처럼 이 연구는 ‘인간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할까?’에 대한 답을 내려줄 흥미로운 분야고, 그만큼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우리 몸의 센서

▲ 열이 기계적 신호를 어떻게 뇌까지 전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17세기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는 피부와 뇌를 연결하는 실이 있다고 상상했다.


▲ 열이 기계적 신호를 어떻게 뇌까지 전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17세기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는 피부와 뇌를 연결하는 실이 있다고 상상했다.

자동차는 수많은 전자장비들을 이용해 주행한다. 센서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도 이러한 센서들이 있다. 뜨거운 커피 잔을 만졌을 때 화들짝 놀라 손을 떼고, 날카로운 핀에 찔리면 통증과 함께 순간적으로 움츠리는 등 이 모든 반응은 우리 몸의 센서 덕분이다.

특히, 온도센서와 압력센서는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 것, 장에 음식물이 들어왔음을 느끼는 것, 관절이 적절한 힘으로 작동하는 것, 심지어는 소리를 듣고 중력을 느끼고 몸의 평형자세를 유지하는 것들 모두에 압력센서가 관여한다. 한편, 덥고 추움을 느끼고, 열을 감지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온도센서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 몸의 센서가 어떻게 작동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지 밝혀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인 두 과학자는 각각 TRPV라고 하는 온도센서, 피에조(Piezo)라고 하는 압력센서를 발견했다. 정확히는 센서 역할을 하는 이온채널 단백질을 규명했다. 이온채널은 세포의 가장 바깥 부분인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이름처럼 이온들이 들락날락하는 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종류의 이온채널이 존재하는데, 이중 특정 온도와 힘(압력)에 의해 열리는 이온채널이 밝혀진 것이다. 이온채널이 열리면, 세포 바깥의 이온들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이때 세포 내 전하량이 증가하며 전위차가 발생한다. 이 전위차가 신경세포(뉴런)에 의해 우리 뇌까지 전달되어 우리가 온도나 힘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매운맛'에 열리는 센서와 기계적 자극에 의해 열리는 센서

1990년대. 줄리어스 교수팀은 캡사이신을 만졌을 때 통증이 유발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었다. 수많은 연구 끝에 43℃ 정도의 온도가 되면 열리는 이온채널을 찾아내고, 그 연구결과를 199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TRPV1라고 이름 붙은 이 채널은 온도에 의해 구조가 변형되어 열리지만, 캡사이신 분자와도 반응할 때도 열린다. 영어로 ‘hot’은 뜨겁다는 의미와 맵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과학적으로도 뜨거운 것과 매운 것의 원인이 같은 TRPV1 이온채널이라는 점은 참 공교롭다. 줄리어스 교수팀은 이후에도 계속적인 탐구를 통해 차가운 온도에 반응하는 이온채널, 50℃ 이상의 온도에서 반응하는 이온채널 등 여러 온도 센서 이온채널들을 찾아냈다.

▲ 줄리어스 교수팀은 고추의 캡사이신을 활용해 온도 센서인 TRPV1을 규명했다. TRPV1은 캡사이신에 붙거나 43℃ 이상의 온도가 되면 열린다. 이후 TRPB1, TRPM2 등 각 온도에 반응하는 여러 온도센서 이온채널들이 발견됐다. (노벨위원회 제공)


▲ 줄리어스 교수팀은 고추의 캡사이신을 활용해 온도 센서인 TRPV1을 규명했다. TRPV1은 캡사이신에 붙거나 43℃ 이상의 온도가 되면 열린다. 이후 TRPB1, TRPM2 등 각 온도에 반응하는 여러 온도센서 이온채널들이 발견됐다. (노벨위원회 제공)

한편, 압력 센서는 온도 센서에 비해 늦게 규명됐다. 파타푸티언 교수팀은 얇은 바늘로 찔렀을 때 전기 신호를 방출하는 세포주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기계적 힘에 의해 활성화되는 수용체 후보 72개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들 후보를 하나씩 비활성화해가며 긴 연구를 펼친 끝에, 마침내 세포가 기계적 힘을 받아도 반응하지 않게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유전자에 ‘압력’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피에조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어 비슷한 두 번째 유전자도 발견하고, ‘피에조2’라 명명했다.

 

▲ 압력 센서인 피에조 이온채널의 구조. 카메라 조리개가 작동 하듯, 3개의 날을 조였다 풀며 이온 채널을 여닫는다. [A. Danve, Nature, 2020, 577, 158]


▲ 압력 센서인 피에조 이온채널의 구조. 카메라 조리개가 작동 하듯, 3개의 날을 조였다 풀며 이온 채널을 여닫는다. [A. Danve, Nature, 2020, 577, 158]

피에조 채널은 다른 이온채널에 비해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피에조 채널은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생긴 신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3개의 날이 존재하는데, 그 날들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이온이 통과하는 구멍을 닫고 연다. 이 날들은 세포막에 붙어 있어 세포막에 힘이 가해지면, 그 힘에 의해 움직이면서 채널이 열리게 된다.

이후 피에조 채널은 인체 곳곳에서 발견됐다. 촉각을 느끼는 피부뿐 아니라 심장, 신장, 대장, 귀 및 전정기관 등의 세포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피에조 채널이 잘못되면 평형감각이 상실되어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바람만 스쳐도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는 등 심각한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이온 채널과 나노기술의 만남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로로 인류는 열과 기계적 자극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주변 세상을 인지하고, 적응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은 추가로 연구돼야 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 파타푸티안 교수는 2020년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막 표면에 흠집을 낸 정도”라고 말했다. 가령, 피에조가 없음에도 외부의 기계적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세포들도 존재한다.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다른 종류의 체내 압력, 온도 센서들의 존재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 적어도 2021 노벨 생리의학상은 많은 후속연구를 견인할 것이고,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을 안겨주고, 또 관련 기술이 활발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역시 다양한 압력센서 이온채널들을 나노기술과 접목시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는 자기장을 감응하면 피에조1 이온 채널을 개방하는 ‘나노나침반’을 개발하고, 나노나침반을 살아있는 동물의 우뇌에 주입하여 운동 능력을 촉진시키는 연구에 성공했다. 이처럼 이온채널에 대한 기초연구를 나노기술과 접목하면 원래의 목적과는 다른 색다른 응용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단지 온도와 압력을 감지하는데서 더 나아가, 이를 이용한 뇌신경과학‧면역학‧질병치료 등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전인미답의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글 | 이재현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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