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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우 교수
[코로나19 리포트 시즌2] 모더나의 백신 개발 팀사이언스의 힘
IBS
Date: Jun 23, 2021

 

생명과학과 나노의학의 융합이 이끈 코로나19 백신 개발

 

서구권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해결되어 가는 모양새다. 그중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이 단연 돋보인다. 2020년 말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두 백신은 mRNA(전령RNA) 등 전통적 생명과학 기술과 현대 나노의학의 융합을 통해 탄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모더나라는 대학 내 벤처기업의 백신 개발·공급 사례를 통해 팬데믹 해결에 기여한 나노의학의 역할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 mRNA 백신 개발을 견인한 두 가지 혁신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 신속성, 안전성이다. 기존 백신은 비활성화된 병원체의 전부 혹은 일부를 주입하나, mRNA 백신은 병원체의 유전정보만을 전달한다.(코로나19 과학 리포트2 Vol.3 참고) 인공적으로 항원을 합성할 수 있는 설계도를 넣어주는 원리다. 면역세포가 설계도(mRNA)를 통해 만들어진 항원을 인지하면, 항체를 생성해 면역력을 얻는다(Pardi et al., 2018).

따라서 타깃 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만 안다면 어떠한 변이 또는 신종 병원체가 등장해도 빠르게 백신을 설계·생산할 수 있다. 기존 백신에 비해 초기 개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소규모 설비만으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mRNA는 감염성과 독성이 없어서 기존 백신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일련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mRNA 백신은 ‘훌륭한 아이디어’였을 뿐, 단 한 개의 제품도 임상허가를 받지 못했다.

mRNA 백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의 걸림돌을 넘어서야 했다. 바로 mRNA의 이상 면역반응으로 인한 부작용과 낮은 전달효율 문제다(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6 참고). 모더나와 화이자는 두 가지 혁신을 기반으로 이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첫 번째 혁신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카탈린 카리코와 드류 와이즈만이 2005년 발표한 인공 RNA 기술이다. 이들은 mRNA 분자의 구성요소인 염기를 변형하면 이상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mRNA를 합성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Kariko et al., 2005). 이어 2014년에는 mRNA 염기 서열 엔지니어링을 통해 단백질 합성 과정의 번역 효율을 크게 증가시키는 등 병원체 단백질 생산의 최적화 기술도 개발했다(Sahin et al., 2014).

두 번째 혁신은 나노의학에서 나왔다(Mitchell et al., 2020). 체내 효소에 의해 mRNA가 쉽게 변형 혹은 분해된다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로버트 랭어 교수와 다니엘 앤더슨 교수 연구팀은 20년 이상 나노과학을 의학에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머리카락 단면의 1,000분의 1인 100nm 크기 나노입자가 mRNA를 타깃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지질나노입자(LNP‧lipid nanoparticle)의 핵심 구성요소는 인지질(이온화 인지질‧ionizable lipid), 콜레스테롤 그리고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다.

인지질의 양(+)전하는 음(-)전하를 가진 mRNA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mRNA를 감싸 보호하는 한편, 타깃 세포 도달 후 산성도(pH) 변화에 따라 mRNA의 배출을 유도한다(Kaczmarek et al., 2018). 콜레스테롤은 입자의 모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세포막과의 융합을 촉진해 세포질로 mRNA를 전달한다. 입자 표면의 폴리에틸렌글리콜은 지질나노입자가 체내 조직 및 혈관에서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안정성을 높인다(Oberli et al., 2017).

 

지질나노입자(LNP)의 모식도. LNP는 약 100nm의 크기를 가지며 인지질, 콜레스테롤, 폴리에틸렌글리콜 등의 물질로 구성된다. mRNA는 LNP 안에 담겨 체내로 주입되는데, 양전하를 띤 인지질과의 상호작용 덕분에 안정적으로 타깃 세포까지 전달될 수 있다. IBS 제공
지질나노입자(LNP)의 모식도. LNP는 약 100nm의 크기를 가지며 인지질, 콜레스테롤, 폴리에틸렌글리콜 등의 물질로 구성된다. 
mRNA는 LNP 안에 담겨 체내로 주입되는데, 양전하를 띤 인지질과의 상호작용 덕분에 안정적으로 타깃 세포까지 전달될 수 있다.

 
 
○ 모더나와 학문 경계를 뛰어넘은 팀사이언스(team science)

이번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선 백신 개발이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로부터 비롯됐다. 생명현상의 근원을 밝히는 기초과학의 기반 지식이 없었다면 백신도 쉽게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생명과학, 나노과학, 의학 등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은 팀사이언스(team science)를 통해 인류에 필요한 새로운 솔루션을 창출했다. 특히 하버드대와 MIT의 벤처기업으로 출범한 모더나의 성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10년 하버드대 발생생물학 조교수였던 데릭 로시는 인공 RNA를 이용하여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냈다(Warren et al., 2010), 이후 로버트 랭어 MIT 교수, 티모시 스프링거 하버드대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지금의 모더나(Moderna)를 창업했다. 모더나는 Modified RNA, 즉 인공 RNA의 줄임말로, m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의 과학적 혁신에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더해지며, 모더나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벤처캐피탈(VC)과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고, 미국 정부의 연구비 지원도 받아냈다. 이렇게 산업계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모더나는 2014년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 최정상급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mRNA의 안정성 및 단백질 생산 효율성을 향상시켰고, 지질나노입자 기반의 체내 전달 기술을 완성했다(Servick et al., 2016).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1월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몇 주 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 염기 서열이 규명됐다. mRNA 백신 개발에 필요한 모더나의 기술 파이프라인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을 때였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해결을 위해 백신 개발과 공급 전 과정을 압축해 민관협력으로 추진하는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펼쳤다. 이에 따라 엄청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받은 모더나는 전례 없던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성공시킨 4가지 요인

모더나의 백신 개발은 크게 네 가지 요인에 의해 성공했다. 첫째는 연구자의 학문적 열정과 대학과 정부의 기초과학 지원 정책이다. 카리코 교수는 초기 mRNA 연구의 진척이 늦어져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유의 인내력과 확신으로 이를 극복했다. 또한 미국 대학과 정부는 카리코 교수와 와이즈만 교수 연구팀의 공동연구를 지원했는데, 이는 인공 RNA 기술의 과학적 기반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둘째는 미국의 산학협력 문화이다. 2010년대 초반, RNA 기반 치료제들의 연이은 임상 시험 실패로 인해 RNA 백신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해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벤처캐피탈들은 RNA 백신의 가능성을 믿고, 대학 내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모더나에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자들은 독보적 기초과학 역량을 기반으로 R&D 파이프라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모더나의 가능성을 정확히 내다본 것이다.

셋째는 보스턴 켄달스퀘어로 대표되는 대학, 기업, 정부의 바이오-클러스터(Bio-Cluster) 체계다. 켄달스퀘어는 보스턴에 밀집한 연구중심대학, 기업, 정부의 대대적 투자로 만들어졌다. 이 지역은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성과를 바이오 벤처를 통해 혁신적 기술로 만들어내는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대와 MIT는 물론, 화이자, 노바티스, 머크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도 이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연구인력과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창업이 더욱 활발해졌다. 사람, 지식, 자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혁신산업의 붐을 일으킨 것이다(Allen et al., 2020).

마지막으로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팀사이언스(team science)다. 이것이야말로 모더나의 빛나는 성공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다. 모더나는 하버드대의 생명과학과 MIT의 나노의학 간 협업을 통해 혁신적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모더나의 건물 역시 스타트업, 바이오기업, 대학 연구팀 간 교류·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장기간 축적돼온 기초과학 지식과 함께 생명과학, 나노과학, 의학 등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팀사이언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IBS 제공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장기간 축적돼온 기초과학 지식과 함께 생명과학, 나노과학, 의학 등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팀사이언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우리에게 필요한 축적의 시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성과는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아직 미비하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기초과학에 대한 축적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서 모더나 백신 개발 사례에서 보듯, 미지의 감염병에 대처할 기술력을 갖추려면 기초과학 지식의 축적이 필요하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오지만, 기초과학 지식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그간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단기 성과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과학을 경제발전의 수단이 아닌, 사회·국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식하는 문화도 정착되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우리 과학계에서도 기초과학을 장기·안정 지원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대표적이다. IBS는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국가의 과학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사회 전반의 혁신을 추동하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장기 기초과학 연구와 팀사이언스(team science)는 IBS의 핵심가치이다. 이에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협업하며 전인미답의 지적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과학자들의 오랜 열정과 끈기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인공 RNA 연구 30년, 지질나노입자 개발 20년, 모더나의 기술 혁신 10년이 더해져 백신이 완성됐다. 우리나라도 장기 투자를 통해 우수인력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지식이 축적될 수 있는 연구문화와 토양이 형성된다. 그렇게 준비된 자세를 갖추면, 사회가 필요로 할 때 과학이 올바로 응답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Pardi, Norbert, et al. "mRNA vaccines—a new era in vaccinology."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17.4 (2018): 261.

2. Karikó, Katalin, et al. "Suppression of RNA recognition by Toll-like receptors: the impact of nucleoside modification and the evolutionary origin of RNA." Immunity 23.2 (2005): 165-175.

3. Sahin, Ugur, Katalin Karikó, and Özlem Türeci. "mRNA-based therapeutics—developing a new class of drugs."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13.10 (2014): 759-780.

4. Kaczmarek, James C., et al. "Optimization of a degradable polymer–lipid nanoparticle for potent systemic delivery of mRNA to the lung endothelium and immune cells." Nano Letters 18.10 (2018): 6449-6454.

5. Oberli, Matthias A., et al. "Lipid nanoparticle assisted mRNA delivery for potent cancer immunotherapy." Nano Letters 17.3 (2017): 1326-1335.

6. Mitchell, Michael J., et al. "Engineering precision nanoparticles for drug delivery."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2020): 1-24.

7. Warren, Luigi, et al. "Highly efficient reprogramming to pluripotency and directed differentiation of human cells with synthetic modified mRNA." Cell Stem Cell 7.5 (2010): 618-6

8. Servick, K. "This mysterious $2 billion biotech is revealing the secrets behind its new drugs and vaccines." Science (New York, NY). AAAS (2016).

9. Allen, Arthur. “For Billion-Dollar COVID Vaccines, Basic Government-Funded Science Laid the Groundwork.” Scientific American, Scientific American, 18 Nov. 2020.
www.scientificamerican.com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단장‧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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