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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기자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을 꿈꾸는 IBS 나노의학연구단
과학동아
Date: Nov 20, 2023

10월 12일, 연세대 대운동장 뒤쪽에 자리 잡은 기초과학연구원(IBS) 건물(왼쪽 사진). 처음 마주하곤 기자는 걸음을 잠깐 멈췄다. 지하로 1층, 지상으로 6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타고 흐르는 유려한 곡선이 커다란 파도처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2015년 설립된 IBS 나노의학 연구단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공간이다.

나노, 생명, 뇌… 각계 과학자들이 뭉친 이유건물로 들어서자 나선의 계단과, 굽어진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도 온통 곡선이었다. 공간이 주는 의미와 힘에 가치를 두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연구 공간, 그것도 기초과학 연구 공간에 건축 철학이 담긴 경우는 흔치 않다. 감탄하는 기자에게 천진우 IBS 나노의학 연구단 단장은 디자인 콘셉트가 “열린 곡률(open curvature)”이라고설명했다. 곡률이란 곡선이나 곡면의 구부러진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천 단장은 “곡률은 매끄러운 변화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곡률 앞에 ‘열린’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건물은 모든 공간에 장벽이 없었다. 연구단 소속 교수들의 연구실 벽은 통유리였고, 층마다 마련된 실험실은 뻥 뚫려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둘러보기만 하면 누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천 단장은 “나노의학 연구단은 나노과학자, 생명공학자, 화학자, 뇌과학자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하는 만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노의학은 나노기술을 사용한 의학 연구다. 1m를 10억개로 나눈 조각, 즉 nm(나노미터) 단위의 물질을 개발하고, 이것을 이용해 분자와 세포 수준에서 생명 현상을 관찰하고 조절한다. 이를 통해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에 돌파구를 제시할 방법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나노의학을 처음 구상한 이는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다. 그는 195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강연에서 “정말 작은 기계를 만들어 이 기계가 우리의 몸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찾아내고, 진단한 뒤 치료할 수 있다면 의료혁명이 될 것”이라 말했다. 당시 물리학이 발견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상상하며 했던 얘기였다.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나노의학이 미래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나노과학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디스플레이, 배터리,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1차 혁신을 일으켰다. 나노의학은 나노과학이 일으킬 2차 혁신으로 거론된다.

“나노의학은 단순히 지금 있는 의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천 단장은 나노의학이 미래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 변화가 ‘발전’의 형태는 아니라고 말한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연구며, 새로운 형태의 의과학이 태동하도록 이끄는 것, 즉 새로운 의과학 패러다임 전환이 나노의학 연구단의 목표입니다.”


나노물질로 암 조기진단 가능해
의학의 한계는 곧 나노의학의 목표다. 대표적인 것이 정확한 조기진단이다. 폐암 1기의 생존율은 80%인 반면 4기의 생존율은 10% 수준이다. 즉 암 진단이 조기에 이뤄질수록 환자는 적은 노력으로 빨리 건강해질 수 있다. 천 단장은 “언젠가 나노기술을 사용한 바이오이미징으로 조기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바이오이미징이란 세포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거나 확인하는 기술이다.

과학자들이 세포를 몸에서 떼어내 현미경으로 볼 때 사용하는 것은 빛이다. 하지만 인체 내부는 빛이 거의 투과되지 않는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의 자기장은 인체를 일부 투과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다. 오늘날 MRI 최대 해상도는 1mm 수준인데, 미세 뇌혈관의 두께는 0.2~0.8mm에 불과해 이를 자세히, 그것도 이상 증상이 미미하게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 보긴 어렵다.

2021년 천 단장이 이끈 나노의학 연구단은 연세대 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자성 나노입자를 사용한 MRI 조영제를 개발해 혈관을 기존보다 10배나 더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조영제란 영상을 촬영할 때 해당 부위를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의약품이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조영제는 정밀 촬영이 가능할뿐 아니라, 사용 후 인체에서 완전히 배출돼 안전성을 더했다.

 

 

세포 수리하는 나노 로봇 개발하려면

나노의학 연구단은 자기장을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도구뿐만 아니라 뉴런이나 세포에 명령을 내려 인체 내 생명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도구로도 바라보고 있다. ‘나노 자기유전학’적 접근이다. 이 접근은 연어나 철새와 같은 회귀 동물이 지구 자기장에 반응한다는 학설에서 출발한다.

나노 자기유전학은 자기장으로 뉴런 내 전기신호를 활성화 한다는 아이디어다.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 나침반을 만들면 자기장에 의해 나침반이 회전하며 회전력을 만들어 내는데, 이 힘으로 뉴런 내 이온채널을 여닫는 방식이다. 자기장이 이온채널을 조절할 수 있다면 뉴런 내 전기신호도 활성화할 수있다.

실제 나노의학 연구단은 나노 나침반과 이온채널 유전자를 쥐의 운동피질에 주입한 뒤, 자기장을 가해 원하는 움직임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천 단장은 “앞으로 나노 자기유전학이 뇌 신경망 연구 및 치료의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나아가 연구단은 나노미터 크기의 로봇이 직접 의학적 처치에 나서는 미래도 그린다. “만약 세포와 크기가 비슷해 직접 접촉이 가능한 나노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이 로봇이 생명 현상을 제어하고 교정할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체 내에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작으면서, 동시에 생명체가 침입자로 인식하지는 않는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나노 세계는 일반 세계와 완전히 다른 유체역학 법칙이 작용하는 곳이다. 원하는 동작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를 작게 만드는 일조차 누구도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천 단장은 “기계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제작 방식, 그리고 로봇과 세포의 상호작용까지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나노의학 연구단에는 도전을 즐기는 과학자들이 모여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수많은 실패와 도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천 단장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은 곧, 완전히 새로운 과학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게임 체인저들을 과학동아 독자들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연구 공간을 직접 보고, 느끼며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해야겠다는 동기를 얻었으면 했다. “랩투어에 참여하는 과학동아 독자 분들이 나선의 계단을 함께 걷고, 건물 6층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이 나서 말하는 기자에게 천 단장은 “당연히 가능하다”며 웃었다.

 

글 : 김태희 기자
사진 Credit : 스튜디오51/이서연
과학동아 2023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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